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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 국제정치 (구영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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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주의 통합이론
(문제) 기능주의와 신기능주의 통합이론의 핵심을 설명하고 비판하라.
1. 서론
국제정치의 연구는 국가간 갈등을 해소하고 전쟁을 방지하며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힘의 개념이 모호하고 복잡하여 힘을 중심으로 한 국제평화유지는 한계가 있으며, 이에 따라 보다 영구적인 전쟁예방조치로서 모색되는 분야가 국제통합이다. 통합이란 주권이나 결정권의 독립적 속성의 포기를 전제로, 공동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이 공동자원을 투입시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통합은 자율적 관계라는 점에서 폭력적 수단에 의한 통일과 구별되며, 그 분야에는 국가통합, 지역통합, 세계통합이 있다. 여기서는 통합이론의 네 가지 유형 중 기본유형인 기능주의와 그 변형인 신기능주의의 핵심을 논하고 비판하겠다.
2. 기능주의 통합이론
기능주의이론은 국제연합 창설 후 미트라니(D. Mitrany)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는 재래의 정치적 접근방법에 의한 평화유지방식과 달리 비정치적인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인도적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국제통합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평화란 폭력이 없는 정태적 상태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수행하는 기능의 총계'로 정의되는 공동체의 건설을 의미한다고 보고, 지역공동체의 형성이 세계공동체의 형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았다. 기능주의는 인간은 합리적이므로 갈등보다 조화를 추구한다고 전제하며, 이익의 경쟁보다 봉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점에서 공리주의자와 구별된다. 미트라니는 부분적 주권양도의 장기적 축적을 통해 새로운 권위체의 창조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았으며, 브라이얼리(Brierly)는 이러한 국가주권의 약화과정을 '침식작용에 의한 주권의 공격방법'이라고 지칭하였다.
그러나 기능주의는 ① 기능을 강조하여 법, 제도, 권위체를 경시하고, ② 전쟁의 주원인은 약자가 아니라 강자에 있으며(Kelsen), ③ 통합의 변수와 폭력적 갈등과의 관계설정이 불가능하다(Russet)고 비판받는다. 또한 클라우드(I. Claude)는 기능주의에 대해 ① 사회경제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를 분리하여 선(先)사회경제 후(後)정치로 보는 도식은 현실에 역행하는 연구방법이며, ②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팽배한 현재의 상태에서 인간의 국가적 충성심이 그대로 국제적 충성심으로 이전하기 어렵고, ③ 오랜 시간을 요하는 점진적 활동은 통합의 도달점에 이르기 전에 전쟁 등의 장애에 봉착하기 쉽다고 비판하였다.
3. 신기능주의 통합이론
신기능주의자들은 기능적 수단을 통해 연방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능주의의 탈을 쓴 연방주의자이다. 이들은 슈만(R. Schuman)의 '유럽 석탄 및 철강 공동시장 통합계획'을 계기로 생겨났다. 신기능주의이론은 ① 의도적으로 정치성이 다분하고 정치적으로 중요시되는 영역을 선택하여 이것을 통합의 기술진이 계획할 수 있도록 하고, ② 톱니바퀴(l'engrenage)처럼 부분적 통합의 확장논리를 통해 연속적인 통합에 이를 수 있다고 보는 점에서 기능주의와 차이점을 갖는다. 하스-슈미터(Haas-Schmitter) 모델은 정치통합을 경제통합의 연속체로 취급하고 있으며, 하스는 ① 침투확산 개념과 ② 점진적 정치화의 개념을 부가시키고 있다. 신기능주의의 사고와 가설은 기능주의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① 복지와 공리주의적 변수를 중시하여 상징과 주체성을 경시하고, ② 개인과 집단의 충성심 이전이 자유로운 다원적 사회를 기반으로 설정하고, ③ 주권문제에 관해 직접적이고 직선적인 공격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기능주의와 유사성을 가진다.
그러나 신기능주의는 ① 통합과 관련된 영역의 활동과 봉사를 선택하기 어려우며, ② 선명한 장기적 목표와 연결되지 않은 증가적 결정작성의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점, 대표적인 예로 경제통합이 자동적으로 정치통합을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는 입증 및 사례발견이 어렵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4. 결론
최근의 국제정치현실은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사회주의권의 개혁(perestroika)과 동서독의 통일은 국제정치에 있어서 기능주의 접근방법을 회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통합이론은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이 되기에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있다. ① 통합에 참여하는 단위들의 자체 안보에 관한 상충하는 이익의 문제. ② 저차원의 정치인 복지와 경제는 순조로워도 고차원의 정치인 군사문제는 어렵다(S. Hoffmann). ③ 갈등을 통합의 장애요소로 보는 관념적 편견에서 탈피하여, 갈등이 통합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④ 통합이론이 유럽의 다원적 사회를 중심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다른 사회에는 제한된 적용성밖에 가지지 못한다. 이와 같은 결함들은 통합이론이 엄밀한 의미에서 이론으로 평가될 수 없음을 보여 주며, 따라서 앞으로 통합이론가들의 과제는 보다 정치화(精緻化)되고 보편화된 이론을 정립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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