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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논문


헌팅턴류의 정치제도론 비판


<문제 4> Huntington류의 정치제도론은 어떤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 문제점은 무엇인가?

1. 헌팅턴류의 정치제도론 | 2. 헌팅턴류의 정치제도론의 문제점 | <참고문헌>



헌팅턴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가들의 경우 근대화가 정치발전을 가져오기보다 오히려 정치쇠퇴를 야기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들 국가의 정치발전 모델로서 '러시아식 일당체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헌팅턴과 바인더 등의 제안에 대해 케셀만(Kesselman)은 정치질서에 대한 지나친 강조와 편협한 이데올로기적 시각의 문제를 지적했고, 쉐보르스키(Przeworski)는 "동원이 정치적 쇠퇴를 가져온다"는 도식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1. 헌팅턴류의 정치제도론 : 등장배경과 정치적 의미


(1) 등장배경 : 제2차 세계대전 후 제3세계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제3세계의 경제발전과 정치안정이 미국에 의해 조장되지 못할 경우 이들 국가가 공산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부터 나왔다. 1960년대에 미국 국제개발위원회(AIDC) 직원들은 '발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다수가 "정치발전은 곧 반공과 친미적 정치안정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1950∼60년대 들어와 제3세계가 독립하고, 도시화와 경제원조, 군과 정당체제와 같은 근대적 영역들이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군사쿠데타, 혁명, 반체제운동, 도시 무질서, 경제침체, 정치부패 등의 현상을 노정함에 따라, "친미주의=정치발전=체제안정"이라는 안이한 등식이 무너져 갔다. 이 즈음에 헌팅턴류의 정치제도론이 등장했다.

(2) 대표적 저서 : Huntington의 {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와 Binder, Coleman, LaPalombara, Pye, Verba, Weiner 등이 공저(共著)한 {Crises and Sequences in Political Development}는 연구의 범위를 통치의 일반능력으로까지 확대시켰다. 헌팅턴은 정치발전이 근대화와 구별되며 오히려 근대화가 정치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그의 강조점은 광의의 민족건설과 협의의 관료체제 구축보다는 정치적 영역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특별한 정치적 제도나 절차에 초점을 맞춘 국가건설"에 두어진다. 헌팅턴의 목표는 특정 프로젝트를 추진할 정치적 권위의 능력과 연관된 발전의 행정적 측면이 아니라,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시민들의 요구를 제한할 능력에 대한 탐구이다. 그에게서 정치권력의 근본역할은 '정치질서'의 유지에 있다. 따라서 정치질서는 최고의 정치적 선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정치적 최고선이 되는 것이다. 결국 헌팅턴과 바인더 등은 정치질서의 취약성 문제가 사회과학의 핵심적 과제라고 간주한다.

(3) 주요내용과 정치적 의미 : 헌팅턴에 따르면 정치적 근대화는 권위의 합리화, 구조의 분화, 정치참여의 증대라는 세 측면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서구의 경우 이들 각 요소의 순서와 정도에 따라 정치제도의 근대화는 유럽대륙형, 영국형, 미국형의 세 가지 특징적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유럽대륙형은 주권이 국가관료제도에 있고, 영국형은 의회에, 그리고 미국형은 법에 근거한다. 일반적으로 역사의 각 시대가 가진 정치체제의 유형은 그 시대인들의 필요와 요청에 맞추어 형성된다. 17세기 유럽국가의 형성기에는 프랑스의 부르봉왕조가 모형국가였고, 18세기 후반과 19세기에는 영국의 의회제가 모형이었으며, 오늘날 아시아, 아프리카 및 라틴아메리카의 대다수 개발도상국들은 미국식 정치체제를 모형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헌팅턴에 따르면, 미국적 경험은 이들 국가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 미국의 경우 권위의 합리화와 구조의 분화가 더디게 진행된 반면 정치참여의 증대는 급속히 이루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과 불안정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미국의 전통적 정치제도가 기능의 융합과 권력의 분할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정부의 권위에 대해 시민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오늘날 제3세계 정치체제의 경우, 권위의 중앙집중화와 구조의 분화 및 참여의 확대를 동시적으로 이룩해야 할 필요에 직면해 있다. 헌팅턴은 이같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체제로 러시아의 '레닌식 일당체제'를 제안한다. 다시 말해 헌팅턴은 베르사이유체제가 1세기 동안 표준적인 체제였고, 웨스트민스트체제가 다음 1세기 동안 표준적인 정치체제였다면, 크레믈린은 20세기에 있어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근대화 도상국가들에게 또 하나의 모형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보았다.



2. 헌팅턴류의 정치제도론의 문제점


(1) 케셀만(Kesselman)의 비판

헌팅턴과 바인더가 강조하는 '정치질서'라는 개념은 강요를 자행하는 지배제도와 지배자로 인해 빚어지는 정치무질서를 개념정의 속에 포함하지 않음으로써 중립성을 상실하고 있다. 헌팅턴과 바인더에 따르면 정치질서는 모든 것이 정돈되고 정치세계와 맞아떨어질 때 이루어지는 데 반해, 정치부패는 정치가 조직화된 이해, 부족, 군부, 학생 등 외부적인 힘에 의해 궁지에 빠질 때 나타나는 집정관 정치(praetorian politics)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질서를 행정당국이 성공적으로 통제권을 행사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봄으로써,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사용하는 수단의 정통성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지나치게 강력한 정부에 의한 위험과 공식적인 억압에 의한 정치무질서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에 따라 정치혼란의 책임은 기존 엘리트에 도전하는 피지배자에게 지워지며, 피지배자에 의한 현상파괴만이 정치쇠퇴로 간주된다. 또한 독재체제를 거부하는 혁명운동과 민주적으로 선택된 정부에 대항한 쿠데타, 파시스트에 의한 체제전복 등이 모두 '외부적인 힘'으로 뭉뚱그려져 있음으로 인해 정부당국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이와 같이 헌팅턴과 바인더의 정치발전 개념은 단지 기득권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편협하고 분파적인 시각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왜곡된 개념에 불과하다. 헌팅턴과 바인더 등과 같이 정치질서와 정치발전의 가치를 우선하는 시각은 다음의 여섯 가지 점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① 정치질서가 여타 정치적 선의 선행조건이라는 헌팅턴과 바인더 등의 주장은 논리적, 경험적으로 문제가 많다. 헌팅턴은 "최우선적인 문제는 자유가 아니라 정통성을 지닌 공공질서의 창출"이라고 한다. 그러나 논리적 측면에서, 질서를 창조하는 것이 자유를 보호하는 것보다 선행해야 할 필연성은 없으며,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적으로 질서가 선행해야 할 강제적 필요는 없다. 또한 경험적 측면에서, 역사적으로 강한 정치권위가 일찍 확립된 프러시아가 질서와 자유가 동시에 발전한 영국이나 자유가 질서에 앞선 미국보다 더 자유롭지는 않다는 점에서 비판할 수 있다.

② 헌팅턴과 바인더는 근대화과정에서 정치질서는 극히 취약하기 때문에 정부가 늘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정치질서를 우선시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치질서에 대한 압도적인 관심의 표명은 질서가 다른 가치와 비교하여 불균형적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제시할 때에만 수긍할 수 있는데, 이들은 그러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은 체제도전에 대한 여러 요인들을 구별하지 않음으로써 정치부패 경향을 과대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

③ 이들은 '변화'에 대한 강조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동적인 측면에 대해 만족할만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동원(mobilization)의 기원과 주요측면에 대해 분석하지 않음으로써, 변화의 동적 측면을 이해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제3세계의 정치발전은 국제역학구도와 식민유산과 무관할 수 없으며 서방의 군사, 경제, 정신적 정복은 체제불안정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해 왔고 지도자의 취약성은 이러한 냉전과 국제적 외부간섭에서 비롯된 것인데, 헌팅턴과 바인더는 이를 무시함으로써, 제3세계의 정치질서에 관해 일반화할 수 있는 적실성 있는 이론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④ 이들은 과도기적 사회에서는 엘리트가 지닌 '과도한 힘'이 '힘의 부재'보다 문제되지 않는다는 안이한 주장을 펴고 있다. 예를 들어 파이(Pye)는 "체제에서의 힘의 전체적 수준을 증가시키는 것이 힘을 민주화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지도자가 적절한 힘을 보유하기만 하면 그들이 힘을 오용하지 않으리라는 파슨즈의 견해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치체제의 일반화된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체제 내 이해대립을 간과하는 것이다. 헌팅턴과 바인더는 힘 혹은 부의 총공급의 증대가 자동적으로 분배문제를 해결하고 불평등을 감소시킬 것으로 가정하였으나, 미국의 경우에서조차 상대적 불평등의 문제와 시민적 정부통제력 감소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서, 경제성장과 정치안정이 오히려 불평등, 환경파괴, 억압을 낳을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

⑤ 헌팅턴은 제도화를 통해 통합성, 자율성, 복잡성, 적응성의 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자율성과 적응성의 갈등이 있을 때, 헌팅턴은 정치체계의 과도한 자율의 결과인 과도한 제도화와 억압보다 과잉 적응의 결과인 정치적 부패를 더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배자의 이익과 공공이익 모두에 부응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 지배자의 증대된 능력과 그에 따른 그들의 사적 이익 추구를 옹호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⑥ 헌팅턴은 강한 제도가 공공이익실현의 수단이 된다고 하지만, 강한 정부는 동시에 공공이익을 저해할 수도 있다. 헌팅턴은 공공이익을 지배제도의 구체적인 이익으로 환원시켜서 정의하고 있는데, 그에 따라 정부통제,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이익대립, 대표성, 불평등, 억압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또한 바인더는 여러 '위기'가 만족스럽게 해결되는 정도에 따라 정체성, 정통성, 참여, 침투, 배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단지 위기를 관리하는 지배자의 능력과 판단만이 고려되고 있을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이 정치문화적 패권을 장악한 결과, 서방의 정치발전만이 타당한 모델을 제시해 주리라는 종족우월적인 관념을 고취시켰는데, 헌팅턴과 바인더 등의 정치발전론도 결국 미국과 서방의 가치를 가정하는 것이다. 제3세계에서 레닌식 일당독재에 기반한 강한 정부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이들은 내부전복과 외부공격으로부터 미국의 자유를 수호하고 타국에 대한 미국의 보호가 가능하도록 정당화하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발전이 가지는 의미는 자유이지만, 그 수단은 억압적인 힘이다. 결국 헌팅턴류의 정치제도론은 미국 및 친미적 국가권력의 특수한 이해를 반영한 이데올로기적 이론인 것이다.

(2) 쉐보르스키(Przeworski)의 비판

쉐보르스키는 투표양식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동원(mobilization)과 정치적 쇠퇴(decay)의 관계'를 재정립하려 하였다. 그는 적어도 단기간에 있어서 "동원이 정치적 쇠퇴를 가져온다"는 헌팅턴류의 견해를 인정했다. 급속한 동원이 제도화된 행동양식의 쇠퇴를 가져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새로 동원된 사람들의 선호(preferences)가 기존 성원들의 선호와 다르고, 이들의 특수한 이익이 갈등과 변덕을 유발하며, 이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학습을 받지 못했기 때문, 즉 사회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원이 정치적 쇠퇴를 가져온다는 헌팅턴의 주장은 항상 타당한 것은 아니다. 그는 다소 수학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특정한 시점 t에서의 동원을 변수 M(t)로 두고, 그때의 정치적 쇠퇴 혹은 탈제도화(deinstitutionalization)를 V(t)로 설정하여 양자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그에 따르면, 동원은 직접적으로 정치적 쇠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변수 - 즉 S(사회화), Q(새로 동원된 사람이 기존 구성원들의 의견과 다르게 투표하는 비율), P(반복된 투표경험으로부터 피드백된 학습의 정도) -의 총합으로 구성된다. 그는 이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하고 논리적 계산을 통해, 광범위한 동원은 행동양식에 단기적으로 불안정효과를 미치지만, 구성원의 교체가 중단되면 제도화는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영국, 독일, 스위스, 덴마크, 벨기에,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의 경험적 사례를 통해서도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즉 새로 동원된 사람이 이미 정해진 선호를 가지고 있다면, 동원으로 인한 탈제도화 효과는 단기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헌팅턴의 가정과는 달리, 동원은 제도화에 파괴적 효과를 미치지 않을 뿐 아니라, 역으로 제도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것은 집단의 탈동원화(group demobilization)라는 것이다. 압제적 상황이나 다른 상황에 의해 생겨난 선거과정에서의 '집단적 기권'이 정당체계뿐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관계 일반에 대한 주요 위협요인이 된다. 많은 나라들에서 정당체계, 집단적 타협, 대중매체 등을 통해 집단간 갈등이 평화적이고 질서 있게 해결되는데, 그러나 만약 집단들이 제도화된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면, 대안적인 정치적 동원이 생겨날 것이고, 정당은 사회운동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의 안정을 위협하는 것은 정치적 참여로부터가 아니라 선거과정에서 집단들의 기권과 그로 인한 기존 제도들의 합법성의 상실로부터 생겨난다.



<참고문헌>

Samuel P. Huntington, 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 중 해당 부분 (제1∼2장).

Mark Kesselman, "Order or Movement : The Literature of Political Development as Ideology."

Adam Przeworski, "Institutionalization of Voting Patterns or Is Mobilization the Source of Dec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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